Tech & Science[기술과 과학]/Matter & Life

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 생명체의 경계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1원리

소음 소믈리에 2026. 9. 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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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독서 노트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을 관통하는 진화 생물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해부하며, 유전자의 영향력이 유기체의 물리적 피부를 넘어 환경과 타자에게까지 확장되는 지적 여정을 추적합니다. 생명체의 경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차원의 시각을 제시하는 이 철학적 탐구는, 일상적인 생명 현상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선형적 통제 체계를 통찰하게 할 것입니다.

개체 중심의 닫힌 시야를 벗어나, 이기적 유전자의 표현형이 무한히 뻗어나가는 인과적 연결망을 추적함으로써 다차원적 상호작용 속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자신의 생존 궤적을 최적화하는지 규명함을 목표로 합니다.

안녕하세요. 지식의 바다를 유랑하며 그 속에서 건져 올린 깊은 사유의 조각들을 나누는 것을 더없이 사랑하는 제가, 오늘은 제 서재 가장 깊숙한 곳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눈부신 통찰 하나를 여러분과 나누어볼까 합니다. 혹시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웅장한 거미줄이나, 나뭇가지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작은 새들의 둥지를 보며 그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과연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깊이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저 본능이라는 편리하고도 모호한 단어로 포장하거나, 대자연의 신비로운 결과물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그렇게 막연하고 피상적인 감탄만을 품고 있었답니다. 생명체를 피부라는 명확한 경계 안에 갇힌 고립된 존재로만 바라보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행동과 구조물들은 단지 생존을 위한 부차적인 도구에 불과하다고 여겼지요.

하지만 당연하다고 믿었던 그 모든 물리적 경계선들을 하나씩 지워내며 온전히 생명의 기저에 흐르는 원리에 집중하고 싶었던 어느 날, 리처드 도킨스의 역작인 '확장된 표현형'과 운명처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텍스트 속에 담긴 정교한 논리의 전개와 혁명적인 시각의 전환은 마치 혼란스러운 생태계라는 거대한 복잡계 속에서 가장 명징하고 흔들림 없는 진리를 안내해 주는 나침반과도 같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전자의 결을 따라 세상의 질서가 직조되는 방식, 하나의 몸체를 넘어 다른 생명체의 신경계와 무생물적 환경까지 자신의 형질로 편입시키는 그 치열하면서도 고요한 제어의 과정은 그 자체로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저의 탐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진짜 경계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심오한 비밀들을 모두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진화생물학적 엄밀함부터,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인과율을 꿰뚫어 보는 통제 공학적 통찰력까지. 저와 함께 이 매력적이고도 거대한 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로 푹 빠져볼 준비가 되셨는지요. 그럼 지금부터 개체의 낡은 껍질을 깨고 무한한 확장으로 나아가는 그 지적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1. 네커 큐브의 전환 고정관념을 뒤집는 시선의 역전

가장 먼저 우리가 직면해야 할 과제는 생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영점 조절입니다. 저술의 서막을 여는 네커 큐브와 버펄로에 대한 논의에서 저자는 매우 흥미롭고도 강력한 인지적 은유를 제시합니다. 종이에 평면으로 그려진 2차원의 선분 조합인 네커 큐브를 응시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앞면이라고 굳게 믿었던 부분이 뒷면으로 쑥 들어가고, 뒷면이 앞면으로 돌출되는 기묘한 시각적 반전을 경험하게 됩니다. 잉크의 배열은 단 한 치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관점의 무게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입체적 위상 공간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도킨스는 우리가 생물학을, 그리고 진화의 역학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이 네커 큐브의 위상 반전과 같이 철저하게 뒤집혀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지성과 정통 생물학계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유기체, 즉 눈에 보이는 생물체 개체의 입장에서만 편협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얼룩말은 사자를 피하기 위해 더 빨리 달리도록 근육을 최적화하고, 사자는 얼룩말을 사냥하기 위해 더 날카로운 발톱과 은밀한 기동력을 갖추도록 진화한다는 식의 서사입니다. 여기서 자연선택의 혜택을 받는 주체이자 진화적 승리를 향유하는 단위는 언제나 피와 살로 이루어진 개체였습니다. 하지만 도킨스는 시선의 초점을 거대한 유기체에서 그 내부에 암호화되어 자리 잡은 정보의 단위로 급격히 축소시킵니다. 네커 큐브의 면이 뒤집히듯, 주체를 개체에서 유전자로 바꾸어 바라보는 순간, 기존의 패러다임에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수많은 자연의 비효율성과 이타적 행동들이 눈 녹듯 명쾌하게 풀려나가는 짜릿한 지적 희열을 선사합니다.

유기체는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한 세대의 유한한 시간을 살고 흩어지는 임시적인 단백질의 모래성일 뿐입니다. 우리가 개체라고 부르는 저 초원의 웅장한 버펄로 한 마리 역시, 무수한 세대 동안 복제되어 온 불멸의 정보 사슬들이 아주 잠시 동안 탑승하여 자신들을 다음 세대로 실어 나르기 위해 구축해 낸 거대하고 정교한 생존 기계, 즉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결코 생명을 비하하는 허무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생명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날카로운 해부도이며, 현상의 이면에 흐르는 거대한 인과율의 강물을 발견하는 경이로운 첫걸음입니다.

유전적 결정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재구성

유전자의 관점을 취할 때 대중과 일부 학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바로 유전적 결정론의 늪입니다. 모든 행동과 운명이 유전자에 의해 하드코딩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저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는 자동 인형이라는 근원적인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거대한 오독이라고 단호히 일축합니다. 유전자는 결코 불가역적인 숙명을 강제하는 폭군이 아닙니다. 복잡한 환경이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특정 형질이나 행동이 발현될 확률 변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통계적인 가중치의 원천일 뿐입니다. 미분 방정식의 초기 조건이 주어졌다고 해서 복잡계의 모든 미래가 단선적으로 예측되지 않듯, 유전자의 지시는 환경적 노이즈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유연한 가소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 완벽성의 제약과 무기 경쟁이 빚어낸 진화의 궤적

그렇다면 억겁의 시간 동안 혹독한 자연선택의 담금질을 거쳐 온 생명체들은 왜 수학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종종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결함들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자연선택이 모든 생물을 그 환경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최적화된 기계로 조각해 놓았을 것이라 순진하게 가정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생태계를 정밀하게 관측해 보면, 그곳은 우아한 최적 설계의 전당이 아니라 타협과 땜질, 그리고 역사적 잔재의 흔적으로 가득한 누더기 장부와 같습니다. 저자는 완벽성의 제약을 논증하며 유기체가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치밀한 논리 전개로 입증해 냅니다. 진화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여 미래를 관조하는 전지전능한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낡은 부품들을 이리저리 기워 맞추어 당장의 국소적 최적해를 찾아 위기를 모면하는 근시안적인 땜장이를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완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 중 하나는 바로 진화적 시간 지연 현상입니다. 기후 변화나 포식자의 도입 등 생태계의 환경은 눈부신 속도로 급변하지만, 유전자의 세대교체를 통한 형질의 변형은 그 속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밤하늘을 비행하는 나방이 인간이 켜놓은 인공 불빛인 가로등에 속절없이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이유는, 그들의 신경계가 수백만 년 전 달빛이라는 무한원점의 광원을 기준으로 항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과거의 유산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유류의 목 신경이 심장 근처의 대동맥을 쓸데없이 우회하여 연결되는 기형적인 배선 체계처럼, 진화의 역사 초기에 이미 굳어져 버린 역사적 제약들은 훗날 아무리 효율적인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되더라도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뒤엎을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족쇄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불완전함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원동력은 종과 종 사이, 혹은 같은 종 내부의 개체들 사이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군비 경쟁과 조종의 소용돌이입니다. 포식자와 피식자, 기생자와 숙주 사이의 관계는 고정된 평화나 정적인 균형 상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방어 기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공격 무기를 개발해야만 간신히 현상 유지가 가능한 가혹한 붉은 여왕의 달리기와 같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이 경쟁이 단순히 완력이나 주력의 물리적 대결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상대방의 신경계 틈새를 파고들어 정보 처리 시스템을 해킹하고, 타자의 행동 양식을 자신의 이익에 맞게 뒤틀어버리는 교묘하고도 소름 돋는 심리적, 화학적 조종의 형태로 진화의 최전선은 형성되어 있습니다.

뻐꾸기와 갈대개개비 조종과 저항의 비대칭성 구조

진화적 주체 선택압의 형태 및 행동 양식의 발현 실패의 기회비용
기생자 (뻐꾸기) 거대한 붉은 입이라는 초정상 자극을 발산하여 양부모의 신경계에 내재된 먹이 공급 본능을 무단으로 해킹하고 통제합니다. 유전적 소멸 (생명-저녁의 원리 중 생명)
숙주 (갈대개개비) 자신의 둥지에 있는 새끼를 돌보아야 한다는 강력한 유전적 알고리즘에 구속되어, 이성적인 식별 없이 조종에 순응하게 됩니다. 당해 연도 번식 실패 (생명-저녁의 원리 중 저녁)

탁란을 하는 뻐꾸기 새끼는 숙주인 갈대개개비 성체보다 체적이 엄청나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뻐꾸기 새끼의 붉고 넓은 입은 갈대개개비의 신경계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돌봄 본능을 강제로 활성화하는 초정상 자극으로 작용합니다. 숙주는 마치 치명적인 약물에 중독되거나 강력한 최면에 걸린 것처럼, 자신의 친자식들이 둥지 밖으로 밀려나 죽어가는 처참한 와중에도 이 이질적이고 기괴한 거인에게 쉼 없이 먹이를 물어다 바칩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조종당하는 숙주가 이토록 뻔한 속임수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 해답은 바로 진화적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뻐꾸기가 속임수에 실패하는 것은 곧 즉각적인 유전적 죽음을 의미하지만, 갈대개개비가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은 단지 이번 번식 시즌의 에너지 낭비를 의미할 뿐입니다. 한쪽은 존재의 소멸을 걸고 맹렬히 달리고, 다른 한쪽은 단지 한 끼 식사를 잃지 않기 위해 달리는 생명 대 저녁 식사의 비대칭적 원리가 이 기이하고 잔혹한 착취 구조를 영속화시키는 근본적인 역학입니다.

 

3. 복제자와 운반자 분리된 역할의 명확한 정의와 이기적 전략

저자의 논지가 심도를 더해갈수록, 진화의 진짜 주역이 과연 누구인지 가려내는 능동적 생식계열 복제자라는 강력한 개념이 그 찬란하고 냉혹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자연선택이라는 우주적 필터링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대를 거쳐 자신을 복사해 내는 실체가 존재해야 하며, 그 실체는 엄격한 논리적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물리적 수명, 다수의 사본을 퍼뜨릴 수 있는 폭발적인 다산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정보 구조를 다음 세대로 오차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극도의 복제 충실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차가운 잣대를 들이대면, 다윈 이래로 진화의 주인공이라 칭송받던 유기체 자체는 복제자의 지위를 단번에 박탈당하게 됩니다. 생물체와 집단에 대한 논의에서 날카롭게 해부하듯, 유기체는 유성생식 과정의 감수분열이라는 유전자 섞기 알고리즘을 통해 매 세대마다 철저하게 쪼개지고 해체됩니다. 아버지가 획득한 탁월한 근육의 형질 조합이나 뛰어난 신경계의 배선도는 아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며, 절반의 염색체가 무작위로 뒤섞이는 혼돈의 과정에서 그 고유한 정체성을 영영 잃어버립니다. 개체는 스스로의 정밀한 복사본을 만들지 못합니다. 하물며 개체군의 집단 역시 그 경계가 아지랑이처럼 모호하고 외부의 유입에 의해 너무나 쉽게 흩어지므로 자연선택이 작용할 독립적인 단위가 될 수 없습니다. 오직 유전물질인 디엔에이(DNA) 구조 내의 특정 염기 서열만이 교차와 분리의 폭풍 속에서도 고유의 정보값을 유지하며 수백만 년을 영속하는 진정한 복제자의 자격을 획득합니다. 유기체는 이 복제자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거대한 생존 연합체이자, 가혹한 환경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임시로 구축해 낸 견고한 장갑차, 즉 일회용 운반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기적 말벌인가, 이기적 전략인가를 탐구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복제자들이 단일 유기체라는 테두리 내부에서 항상 완벽한 화합만을 이루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말벌의 행동 양식을 관찰하며 개체가 종족의 번영을 위해 헌신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개체 내부에 둥지를 튼 유전자들이 다차원적인 게임 이론의 매트릭스 위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복제 성공률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투는 이기적 전략들의 충돌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라는 평형 상태에 도달하기 전까지, 유전자들은 협력과 배신, 조종과 순응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나가며 현생 인류가 경탄하는 정교한 생명 현상의 패턴들을 직조해 냅니다.

 

4. 무법자 유전자와 이기적 디엔에이(DNA)의 소리 없는 내전

운반자 내부에서 유전자들이 맺은 동맹은 외부의 적에 맞설 때는 굳건해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로 위태로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무법자와 수정자를 다루는 논증에서 저자는 이 평화로운 환상을 가차 없이 깨뜨립니다. 한 몸을 공유하며 동일한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신만의 전파 확률을 기형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다수파 유전자들이 세워놓은 공정한 룰을 깨버리는 반역자, 즉 무법자 유전자들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분리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이 무법자들은 정자나 난자를 형성하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치명적인 반칙을 저지릅니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대립 유전자와 동등하게 절반의 확률로 생식 세포에 배분되어야 하지만, 이들은 염색체의 절단 효소를 조작하거나 분리 방추사를 장악하여 자신을 90 퍼센트 이상의 생식 세포에 강제로 밀어 넣는 폭거를 자행합니다.

게놈 내부의 억압과 균형 제어 시스템

무법자 유전자의 이러한 이기적인 반칙은 해당 유기체의 전반적인 생존이나 번식 능력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특정 성별의 비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개체군의 멸종 위기를 앞당기거나, 치명적인 유전적 결함을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생존 기계 전체의 안위보다는 오직 자신의 사본 증식에만 맹목적으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에 맞서 게놈 내부의 나머지 선량한 다수파 유전자들은 생존 기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이 무법자의 효과를 억제하고 룰을 정상화하는 수정자 유전자를 새롭게 진화시킵니다.

우리가 유기체라는 이름 아래 평화롭고 조화롭게 기능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하나의 몸체 내부에서도, 이처럼 유전자 단위의 치열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억압하며 위태로운 피드백 제어의 균형을 유지하는 소리 없는 내전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묘한 지적 전율을 선사합니다. 이는 유기체가 단일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완벽하고 신성한 통일체가 아니라, 수많은 이기적 복제자들의 타협과 투쟁, 견제와 균형이 빚어낸 일시적인 연립 정부에 가깝다는 것을 강력하게 방증합니다.

나아가 이기적 디엔에이와 점핑 유전자에 대한 고찰은 우리의 상상력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이끕니다. 유기체의 형질 발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염색체 내부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동하고 사본을 늘리는 데에만 특화된 트랜스포존과 같은 요소들은, 유기체를 단지 자신들이 증식하기 위한 비옥한 생태계 환경으로 간주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라마르크적 공포, 즉 획득 형질이 유전될지도 모른다는 오래된 학계의 두려움을 저자는 다섯 번의 발작에 걸친 고통이라는 신랄한 챕터를 통해 해체합니다. 정보의 흐름은 유전자에서 단백질로 향하는 일방통행의 도그마를 따르며, 개체가 평생 노력하여 얻은 지식이나 단련된 근육의 정보는 결코 유전자의 염기 서열로 역번역되어 새겨질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쐐기 박습니다.

 

5. 피부를 뚫고 나가는 표현형 동물의 인공물과 기생자

지금까지 개체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유전자의 은밀하고도 치열한 정치적 작용을 들여다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인류 지성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도킨스 패러다임의 진정한 정수, 바로 물리적 피부의 경계를 가차 없이 허물고 외부 세계로 뻗어나가는 표현형의 확장적 팽창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유전자의 표현형을 푸른 눈동자의 색깔, 곱슬머리의 형태, 혹은 단단한 골격의 밀도와 같이 유기체의 생물학적 신체 내부에 국한된 발현 형질로만 좁게 정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물의 인공물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협소한 인식의 경계를 통쾌하게 박살 내버립니다.

숲속의 댐 건설자인 비버를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비버는 자신의 강인한 이빨로 나무를 쓰러뜨리고 진흙과 나뭇가지를 정교하게 엮어 하천에 거대한 댐을 건설합니다. 댐은 물의 흐름을 막아 광활한 인공 호수를 형성하고, 이 깊은 호수는 육상 포식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비버와 그 새끼들의 생존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저자는 아주 도발적이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비버의 단단한 앞니가 비버 유전자의 발현으로 형성된 표현형이라면, 그 앞니가 만들어낸 댐, 나아가 댐이 만들어낸 숲속의 거대한 호수는 왜 유전자의 표현형이 아니란 말인가. 비버의 유전자는 단순히 단백질의 합성 기작을 넘어, 댐을 짓게 만드는 특정한 신경 회로의 배선과 행동 알고리즘까지 완벽하게 코드화하여 유전시킵니다. 댐의 견고함과 호수의 수위는 비버 유전자의 생존 확률과 직결된 핵심적인 형질이며, 만약 호수의 수위를 더 높게 조절하는 미세한 돌연변이 유전자가 비버 개체군 내에 등장한다면 이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승리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물과 흙으로 이루어진 호수라는 무생물적 환경의 구조적 변화조차도, 비버의 유전자가 좁은 몸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뻗어낸 당당한 연장된 신체이자 확장된 표현형인 것입니다. 날도래 유충이 주변의 모래알과 껍데기를 주워 모아 엮어 만든 정교하고 단단한 이동식 집이나, 거미가 허공에 단백질 실을 뽑아내어 자아낸 기하학적 형태의 거미줄 역시 모두 유전자의 치밀한 지배를 받는 체외의 장기(Organ)입니다.

이 놀랍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통찰은 무생물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다른 종의 신경계와 육체마저 맹렬하게 조종하는 기생 유전자의 숙주 표현형으로 이어집니다.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기생 생물들은 숙주의 몸에서 양분을 빨아먹는 단순한 약탈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숙주의 형태와 행동 양식을 오직 자신의 유전자 증식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완전히 뜯어고쳐 버리는 궁극의 해커들입니다. 특정 흡충류에 감염된 달팽이는 평소보다 껍데기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는 달팽이 자신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자위적 방어 기제가 결코 아닙니다. 내부에 자리 잡은 흡충이 자신이 거주하는 단백질 집을 포식자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달팽이의 내분비 시스템에 강제로 화학적 개입을 단행하여 칼슘 분비량을 폭증시킨 기생자의 원격 제어 결과물입니다.

게의 내부에 파고드는 사쿨리나라는 기생 따개비의 사례는 이러한 확장의 끝없는 기괴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수컷 게에 감염된 사쿨리나는 핏줄처럼 게의 전신으로 퍼져나가 호르몬 시스템을 완전히 교란시킵니다. 그 결과 수컷 게를 물리적으로 거세해 버리고, 암컷과 동일한 형태의 넓은 복부 구조를 갖도록 육체를 강제 변형시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수컷 게가 마치 암컷이 자신의 소중한 알을 품고 정성스럽게 돌보듯이 사쿨리나의 포자를 복부에 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널리 퍼뜨리도록 행동 알고리즘마저 완전히 포맷하고 재설치해 버립니다. 여기서 수컷 게의 변형된 복부 모양과 모성 행동은 게 자신의 유전자가 발현된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쿨리나의 유전자가 '게'라는 살아있는 외부의 찰흙을 재료 삼아 빚어낸 사쿨리나 유전자의 오롯한 표현형인 것입니다. 유전자는 이토록 타자의 경계를 무참히 유린하며 자신의 지배력을 무한히 확장해 나갑니다.

 

6. 원격 작용과 생물체의 재발견 무한한 인과율의 망

우리는 이제 유전자의 통제력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 작용의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유전자는 더 이상 자신이 거주하는 미세한 세포의 핵 내부나 피부라는 장벽 안에 얌전히 머물지 않습니다. 거미는 끈적이는 거미줄을 통해 공기 중의 미세한 진동을 통제하고 사냥감을 얽어매며, 곤충은 공기 중으로 강력한 페로몬을 흩뿌려 수십 킬로미터 밖의 이성을 조종하여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깁니다. 기생충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타 종의 뇌 신경망을 장악하고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 포식자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듭니다. 저자는 이를 고도의 무선 통신망에 비유하며, 유전자의 표현형적 효과가 닿지 못할 성역은 생태계 그 어디에도 없음을 선언합니다. 동물의 의사소통, 권력의 투쟁, 먹이사슬을 구성하는 모든 복잡한 역학 관계는 결국 서로의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형시키려는 유전자들의 거대한 조종 네트워크, 즉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얽히고설킨 거대한 꼭두각시 극장과도 같습니다.

이 모든 철학적 여정의 끝자락인 생물체의 재발견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가장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유기체란,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이 개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유전자가 그렇게 독립적이고 자신의 표현형을 온 세상으로 자유롭게 뻗어낼 수 있다면, 왜 생명의 역사 초기 유전자들은 바다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개별 바이러스와 같은 형태를 버리고 굳이 다세포 생물이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군체 안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며 모여들게 되었을까요.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협력적 병목 현상이라는 탁월한 통찰로 해답을 제시합니다. 식물의 뿌리를 뻗게 하는 유전자, 잎의 엽록체를 구성하는 유전자, 줄기를 세우는 유전자들은 각기 다른 특화된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들 모두는 결국 꽃가루나 씨앗이라는 단일한 생식 세포의 비좁은 병목을 통과해야만 다음 세대라는 미래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 하나의 좁은 문, 즉 단일 세포에서 출발하여 분열을 거쳐 거대한 몸체를 이루었다가 다시 단일한 생식 세포로 수렴하는 생식의 주기는, 세포 내부에 모인 수만 개의 이기적 유전자들에게 '공동의 운명'이라는 가혹하고도 절대적인 명제를 강제했습니다. 거친 폭풍우 속에서 배가 가라앉으면 선원들이 모두 목숨을 잃듯, 생식 세포를 성공적으로 방출하기 전까지 유기체라는 거대한 배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 모든 유전자가 이기심을 잠시 접어두고 전면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게임 이론적 구조가 확립된 것입니다. 유기체는 이기적 복제자들이 자신의 개별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주라는 가혹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임시로 구축해 낸 고도로 집적된 생태계이자, 그들이 맺은 장엄하고도 불가피한 동맹의 결정체입니다.

 

7. 나만의 사유 한 스푼

이 방대한 진화적 서사에 나만의 사유 한 스푼을 조심스럽게 더해보자면,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과 타자를 조종하고 존재의 경계를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이 기나긴 과정은, 놀랍게도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장이나 복잡계 속에서 최적의 해를 찾아가는 고도화된 수리적 제어 시스템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복잡한 다변수 환경 속에서 미래의 비용 함수를 최소화하고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시점의 통제력을 가장 최적의 형태로 발산하려 고군분투하는 구조적 동학이 생명 현상 기저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역시 세포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맹목적인 돌연변이와 수동적인 자연선택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호수의 수위를 조절하고 숙주의 신경망을 해킹하며 미래 생존 확률을 갉아먹는 외부의 교란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능동적이고도 비선형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엄청난 잡음과 불확실성으로 요동치는 생태계 네트워크 내부에서 어떻게든 균형점을 찾고 생존이라는 목적 함수를 성취해 내기 위해 수천만 년에 걸쳐 매개변수를 조율해 온 생명의 분투. 우리는 그 차가운 이기적 유전자의 궤적 속에서 오히려 뭉클한 감동을 발견합니다. 영원하지 않은 육체라는 일회성 껍질을 짊어지고서라도 내일을 향해 정보의 단편을 던지려는 그 맹렬한 의지, 그리고 결함투성이의 구조 속에서도 땜질과 타협으로 기어코 한 세대를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유기체들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시스템의 차가운 논리 속에 숨겨진 가장 숭고한 드라마가 아닐까요.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을 향해 나아가려는 지성체의 고독한 궤적과 생명 그 자체의 도약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 저술을 통해 저는 생명 현상을 해석하는 시야가 '피부'라는 얇고 임의적인 껍질을 시원하게 벗어던지는 황홀한 지적 해방을 경험했습니다. 하나의 형질이 개체의 몸을 넘어 무생물적 환경과 다른 종의 육체까지 장악하며 공간을 물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생명이라는 거대한 동적 시스템이 얼마나 유기적이고 맹렬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뼛속 깊이 깨닫게 됩니다.

단일 유기체라는 고전적인 환상을 산산이 조각내고, 복제자와 운반자의 엄밀한 분리를 통해 증명해 낸 이 다차원적 통찰은 세상의 복잡계를 해석하려는 모든 탐구자들에게 변치 않는 지혜를 제공합니다. 결국 나라는 존재의 경계는 육체의 끝자락이 아닙니다. 내가 내뱉은 숨결, 내가 환경에 새긴 흔적, 타인의 신경계에 미친 영향력 전체가 곧 확장된 나 자신임을 깨달을 때, 우리의 사유는 비로소 온 우주를 향해 끝없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긴 사유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확장된 표현형: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 — 리처드 도킨스 지음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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